저녁트레이닝스쿨
제가 주식매매한 지 10년이 다 되가는데 마침내 월 1억을 찍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주 어린시절이 아니고 한참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 시절 나이키 운동화가 대유행이었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가난했던 집안 형편때문에 쉽게 살수가 없었고 결국 이모부가 하도 제가 불쌍해서 프로스펙스 운동화 한 켤레 사 주셨습니다. 그 때 나이키는 저에겐 넘사벽이었습니다. 그 하찮은 신발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애나 어학연수는 고사하고 동아리 활동도 못해봤습니다. 나이도 많고 그런 것들이 사치로 다가왔습니다. 교수님이 도와 주셔서 회계사반에 입실했지만 전과가 여의치 않아 몇 년 만에 접고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올인했습니다. 그 후로 직장을 여러 번 바꿔서 지금의 직장에 안착한지 십 오 년 째입니다.
삶의 이런 저런 촌극을 겪으며 남들과 비교되고 때로는 왕따도 되고 비웃음의 대상도 되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승진을 앞두고 부서장의 배신과 여자 후배의 이간질로 “단장(斷臟)”의 고통을 체험했습니다. 그 때는 단편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이 되는 듯싶었습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남들 다하는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는 폐인. 일주일 동안 거의 밥을 못 먹었습니다.
승진에 탈락하고 퇴사를 결심하려 했을 때 돈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성경에서 말씀하셨듯이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말입니다. 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냉혹한 현실에서 아무런 방편도 없다는 무기력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사람을 사람 답게 만드는 것은 돈이라는 Stack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capability)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바로 광주리에 넘쳐나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마리아인의 선한 눈으로 전수하는 물고기 잡는 법 말입니다.
강의할 때마다 다 듣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돈이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주식매매에 집착했는지 지금 에야 알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일 때조차 무엇이라도 계획하고 희망을 품는 것이(그것이 아무리 현실성이 없어도) 자포자기하고 냉기가 도는 바닥에 널브러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그런 제 본능적인 방어기제를 몰랐습니다. 그저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참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야 그 시절에는 강사님의 기법이 가지고 있는 행간을 읽지 못했다는 반성이 듭니다. 그나마 다른 강사님들보다는 직선적이고 표준화된 강의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여하튼 힘든 시간동안 주식 매매가 있었기에 버텼습니다.
워렌 버핏이 말했다죠, “수 조원의 재산이 있다 해서 당신이 한 끼에 스테이크를 두 번 먹는 건 아니다. ” 올해 시장의 도움으로 꽤 벌었지만 차를 바꾸거나 명품 시계를 사진 않았습니다. 그런 것들은 행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자기만의 역사가 있는 거죠, 저에겐 그것이 나이키 신발이고, 아내의 웃음이며 아이들의 행복입니다. .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내년은 코로나19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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