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트레이닝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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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키움증권 계좌를 처음 만들고 HTS도 활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며 트레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혼자서 손실을 누적하며 매매하다가 2월 말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 사직을 당하고 비자발적으로 '전업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하루 한 달 시간은 참으로 빨리 지나 어느덧 2025년이 저물고 있네요.
올해 제게는 주식이 전부였던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 마지막에 듣게 된 선생님의 수업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하고 주식 책도 많이 읽고 유투브 영상도 참 많이 봤는데, 선생님 영상을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활용도 못하는 차트에 저는 이미 일목 120선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블로그에서 여행 포스팅을 읽는 것도 좋아했답니다. 하지만 제 삶의 전부였던 일에 실패한 뒤 커리어와 단절되고, 경제적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어 난생처음 알바와 막노동도 해보고 우여곡절 끝에 난생 처음으로 취직하게 된 직장에서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2년을 일하면서 모아놓은 얼마 안 되는 돈을 생계비로 지출하고 또 시장에 수업료로 갖다 바치느라 선생님 수업을 들으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무방에서 11월 시작하는 강의가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신청을 하게 되었네요. 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수업 중에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트레이더로서 필요한 점을 말씀해주실 때 정말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비자발적으로 시작한 전업이기는 해도 저는 정말로 트레이딩을 잘하는 트레이더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되었거든요.)
돌아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치 선생님과 정말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깊은 유대감을 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경험은 주식을 하면서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입니다. 다른 강의와는 달리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개인적인 에피소드나 강의 내용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으시고, 주식 강의만으로도 정해진 수업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학교에서는 자주 있었던 일이고 저는 그런 삶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주식 강의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죠. 게다가 주식 커뮤니티에서 제가 경험했던 그 뭐랄까요? 무례함? 천박함?이랄까요. 아무리 다들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일차원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이 최우선이 되는 모임이라고는 해도 저로서는 적응하기 힘든, 아니 적응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인셀 집단 같은 느낌을 주던 카페들과는 달리 종산 선생님의 수업을 함께 듣는 분들은 정말로 다들 예의있고 친절한 분들이라는 점도 너무나도 특별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주식이 움직이는 방식, 차트를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저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 전과 들을 후 종목과 차트를 바라보는 관점과 매매에 관한 생각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진작 수업을 들었더라면 긴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그래도 1년이라는 짧은 방황 끝에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그것이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라면 저는 엄청난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의도 시황에 관한 것이나 산업에 관한 것, 배운다고 따라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매매가 아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정형화 된 매매, 그것도 단일한 원리를 기반으로 선생님의 오랜 시간의 땀이 베어있는 매매법이라서 더 특별했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도 좋고, 강의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강의 끝나면 또 복습을 하면서 내적 친밀감이 너무나 커졌기에, 선생님과의 이별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종산호 선배님들께도 내적 친밀감 맥스입니다. ㅎㅎㅎㅎ 궁금한 거 회원게시판에 올리면 너무나도 친절하게 답변 달아주시고, 뭐 이런 질문을 하지 싶은 질문들에도 다른 곳처럼 매섭고 차갑게 "질문하기 전에 검색 정도는 하는 노력은 하라"는 구박도 없이 반복해서 답변해주시는 분들. 궁금했지만 질문하지 못한 질문도 있네요. 처음에는 '히릿'님이 누구지? 싶다가 '시리'님인가? '시리'님이 맞네. 누구시지? 혼자 궁금해 했는데... 그게 선생님의 '내 마음의 일목'하고 결합해서 선생님의 상상 속의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ㅎㅎ
선생님께서 '은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을 때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강의를 하신 선생님의 무방 영상을 다 찾아봤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1기부터 9기까지 선생님의 강의를 함께한 해에게 선배님 같은 분들은 어떤 기분이실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아쉽고 슬프고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시원하다고 하셨지만요.
선생님! 정말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강의 후기, 선생님께서 '편지'라고 표현하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랫 동안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분들부터 저처럼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운좋게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를 함께한 학생까지 모두 선생님의 강의를 최고로 기억하고 선생님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열심히 선생님께 배운 것을 숙달해서 먼저 기본적인 삶을 되찾고,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멋진 트레이더가 되어 선생님처럼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트레이더가 되어 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매일지 열심히 써서 선생님과 전화 통화도 하고 싶구요. 블로그에도 댓글도 달고 하는데 더 자주 찾아뵙고 내적 친밀감을 더 쌓아가겠습니다. 학자로서 대학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여행을 다니시며 멋진 삶을 영위하시는 것처럼 저도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실컷 하는 삶을 사는 데 주식이, 선생님께 배운 트레이딩이 큰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는 선생님께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했습니다. |